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 김용택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니요
이 밤 너무 신나고 근사해요
내 마음에도 생전 처음 보는
환한 달이 떠오르고
산 아래 작은 마을이 그려집니다
간절한 이 그리움들을
사무쳐 오는 이 연정들을
달빛에 실어
당신께 보냅니다

세상에
강변에 달빛이 곱다고
전화를 다 주시다니요
흐르는 물 어디쯤 눈부시게 부서지는 소리
문득 들려옵니다

시집《그대, 거침없는 사랑》(푸른 숲) 中


따로 지정해둔 벨소리가 울린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할까 설레면서 전화를 받는다. 한껏 들뜬 목소리로 달이 떴다고 좀 보라고 한다. 매일 뜨는 달이 뭐 대수인가 싶으면서도 네가 신나 하니 나도 신이 난다. 한 달 전 이맘때가 추석이니 지금쯤 보름일 테다.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면서 생각해보니 이건 정말 엄청난 일이다. 달이 떴다고 전화를 하다니. 눈을 감고 근사한 밤하늘을 떠올려 본다. 정말이지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다. 밤인데도 밝고 청명해서 사물들이 또렷이 보이고 강 흐르는 소리마저 들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을 선물해준 네가 사무치게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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