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하라 - 보들레르

언제나 취해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거기에 있다. 그것이 유일한 문제다. 그대의 어깨를 짓누르고, 땅을 향해 그대 몸을 구부러뜨리는 저 시간의 무서운 짐을 느끼지 않으려면, 쉴새없이 취해야 한다.

그러나 무엇에? 술에, 시에 혹은 미덕에, 무엇에나 그대 좋을 대로. 아무튼 취하라.

그리하여 때때로, 궁전의 섬돌 위에서, 도랑의 푸른 풀 위에서, 그대의 방의 침울한 고독 속에서, 그대 깨어 일어나, 취기가 벌써 줄어들거나 사라지거든, 물어보라, 바람에, 물결에, 별에, 새에, 시계에, 달아나는 모든 것에, 울부짖는 모든 것에, 흘러가는 모든 것에, 노래하는 모든 것에, 말하는 모든 것에, 물어보라, 지금이 몇시인지. 그러면 바람이, 물결이, 별이, 새가, 시계가, 그대에게 대답하리라. "지금은 취할 시간! 시간의 학대받는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취하라, 끊임없이 취하라! 술에, 시에 혹은 미덕에, 그대 좋을 대로."


_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산문시집 <파리의 우울>
불문학자 황현산 번역, 문학동네 (2015)
프랑스어 원문


시인은 단호하다인생의 모든 유일한 문제를 취했는지로 일축한다시간의 무게가 우리를 누르기 때문이다
오늘아침잠은 깼지만 자리에서 일어나기 싫었다하루를 어떻게든 채워야하는데 기대가 안 됐다
인생노잼 시기가 이런거구나 싶었다새로운 목표를 잡았을 모든게 흥미로웠는데 익숙해지니까 무뎌졌다
모든게 재미 없어지면 '살지'라는 생각이 떠오른다수십 번 질문해도 답이 없었기에 이젠 이렇게 대응한다
취하자그러나 무엇에뭐든 떠올렸다
기술로 이뤄낼 있는 , 좋은 회사, 김동률 콘서트, 주말 약속부모님 걱정 덜기, 보고싶은 영화가고싶은 여행먹어본 맛집 등등
취기가 가시고 다시금 권태가 스멀스멀 올라 인생의 의미를 찾는다면 또 다시 몰입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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