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며칠 후엔 -프랑시스 잠

이제 며칠 후엔 눈이 오겠지.
지난해를 회상한다.
불 옆에서 내 슬픔을 회상한다.
그때 무슨 일이냐고 누가 내게 물었다면 난 대답했으리라
-날 그냥 내버려둬요.아무것도 아니에요.

지난해 내 방에서 난 깊이 생각했었지.
그때 밖에선 무겁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쓸데없이 생각만 했었지.그때처럼
지금 난 호박(琥珀)빨부리의 나무 파이프를 피운다.

내 오래된 참나무 옷장은 언제나 향긋한 냄새가 난다.
그러나 난 바보였었지.
그런 일들은 그때 변할 수는 없었으니까,
우리가 알고 있는 일들을 내쫓으려는 것은 허세이니까.

도대체 우린 왜 생각하는 걸까, 왜 말하는 걸까?
그건 우스운 일이다.
우리의 눈물은, 우리의 입맞춤은 말하지 않는다.
그래도 우린 그걸 이해하는 법.
친구의 발자국 소린 다정한 말보다 더 다정한 것.

사람들은 별들의 이름을 지어주었다.
별들은 이름이 필요 없다는 걸 생각지도 않고,
어둠 속을 지나가는 아름다운 혜성들을 증명하는
수치들이 그것들을 지나가게 하는 것은 아닌 것을.

바로 지금도, 지난해의 옛 슬픔은 어디로 사라지지 않았는가?
거의 회상하지도 못하는 것을.
지금 이 방에서 무슨 일이냐고 누가 묻는다면,
난 대답하리라 - 날 그냥 내버려둬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프랑스어 원문 링크


화자는 작년 이맘때 즈음에 눈이 많이 내렸을 때를 회상한다. '이제 며칠 후면 폭설이 내리던 그 날짜구나.'
작년에는 괴로움, 슬픔, 고민에 휩싸였나보다.
그런데 일 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슬픔은 어디론가 가고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었다.

작년 추석에 불안함 때문에 잠을 못자고 온 몸에 기운이 없었다.
진로 선택을 잘못했는데 20대 중반에 돌이키기엔 너무 늦었다고 생각했었다.
이렇게 인생의 패배자가 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하루에 수십번도 들었다.
주변 사람들이 무슨 일이냐고 걱정했다.

일 년이 지난 오늘 이 시를 읽으며 작년을 회상한다. 별일 아니었다. 왜그렇게까지 극단적으로 생각했는지.
그 심정이 이해는 간다. 구렁텅이에 빠졌을 때는 시야가 좁아진다.

앞으로 살면서 수 많은 역경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참나무 옷장을 생각하면서, 별들을 생각하면서 의연하게 대처해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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