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오에게,

열심히 노력하다 갑자기 나태해지고 잘 참다가 조급해지고 희망에 부풀었다가 절망에 빠지는 일을 또다시 반복하고 있다. 그래도 계속해서 노력하면 수채화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겠지. 그게 쉬운 일이었다면, 그 속에서 아무런 즐거움도 얻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니 계속해서 그림을 그려야겠다. (후략)
p.44 <반 고흐, 영혼의 편지>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568172

 

영문 번역
Now I’m going through a similar period of struggle and despondency, of patience and impatience, of hope and desolation. But I must plod on and anyway, after a while I’ll understand more about making watercolours. If it were that easy, one wouldn’t take any pleasure in it.

네덜란드어 원본
Nu zit ik weer in een dergelijke periode van strijd en moedeloosheid, van geduld en ongeduld, van hoop en van desolatie. Maar ik moet daar doorworstelen en enfin, over een tijd zal ik het aquarelleeren wel beter vatten. Als het zoo makkelijk was zou er geen aardigheid aan zijn.

출처 : http://bit.ly/2Qq3Ioo


무엇이든 새롭게 배우고 공부를 시작할 때는 즐겁다. 이전까지 생각해보지 못한 관점, 주제, 미적 지적 즐거움들이 가득해서 열심히 한다. Learning Rate가 높아서 하루가 다르게 지식이 쌓여간다. 새로운 과목, 운동, 악기를 배울 때 벅차고 설레는 감정이 든다.

이런 상태는 오래가지 못한다. 어느 정도 기본지식을 배우면 Learning Rate가 크게 줄어든다. 개념들이 복합적으로 얽히고 추상적인 개념들이 나오면서 이해하려면 에너지 소모가 커진다. 이전에 배웠던 개념들을 몸과 머리에 새기기 위해 다시 읽고 연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루하고 고통스럽다. 열정이 사그라지고 이거 하는 게 맞나 싶다. 여기까지 쓰니까 예전에 봤던 영상(첨부1)이 생각났다. 영상이 훌륭해서 글을 줄인다. 영어가 고통스럽지만, 고통을 넘어서면 큰 행복이 올지도 모른다.

요지는 누구에게나 자기 일에 대해 지속해서 행복을 느끼기란 어렵고 그러므로 롱런하는 사람도 적다는 점이다. 열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열정은 '내가 무언가를 하고 있구나'라는 의식의 단계까지밖에 못 간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열정이 언젠가는 꺼지리라는 생각을 해야하는 게 아닐까. 뮤지션의 말처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자각도 못 할 단계까지 다다라야 행복을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반고흐도 팔로알토도 더콰이엇도 그랬을 것이다.(첨부 2)

 

 

Anthony Wellington "Four Levels of Awareness" for a musician. From Victor Wooten:Groove Workshop

 

🍄:요즘 자꾸 국밥만 땡기는게 고민이에요.. :[P&Q 국힙상담소] S2 EP 02 머쉬베놈(MUSHVENOM) / 더콰이엇(The Quiett) / 팔로알토(Paloal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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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을 마시면 일차로 대뇌가 해방되지. 밥맛이 생기는 단계를 서서히 지나면 과묵한 사람은 말이 많아지고 소심한 사람은 큰소리를 치고 파멸에 이른 사람은 절망을 잊어.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봐줄 만하네. 더 마시면 소뇌가 해방되네. 비틀거리고 혀가 꼬이지. 제가 흔들거리면서 똑바로 서 있는 남들보고 아쭈 요게 피하네. 하는 사람들 봤겠지. 그다음에도 더 마시면 중뇌의 해방을 맞게 돼. 체온이 떨어지고 혈압이 떨어진다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봐줄만하네. 그 다음에는 연수의 해방. 해방은 좋은데 부작용으로 호흡의 곤란이 생기는가 봐. 알코올 혈중농도 0.5 퍼센트 이상이 되면 절반은 죽는데. 그러면 영원한 해방을 맞겠지. ...

<해방- 술 마시는 인간>, 성석제 


음주를 좋아한다. 대뇌를 해방하는 경험이 좋다. 취중진담이라는 말처럼 취했을 때가 진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이래저래 눈치 보느라 억압된, 무의식에 잠긴 속마음을 만나기도 한다. 실언을 하거나 불편한 진실을 알게 되어 불쾌한 기분이 들 때도 있지만 나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나름 도움이 된다. 용기가 없어 머릿속으로만 맴돌던 말을 하기도 한다. 혼술을 할 때면 혼잣말을 하고는 실실 웃는다. 킥킥거리다가 다음날 이불킥.(죄송...) 이런 이유로 인용문이 인상 깊었다. 압박해오는 것들로부터의 해방. 의식과 자기 검열로부터의 해방. 글이 안 써지거나 문제가 안 풀리면 술을 찾을 때도 있다. 20대 초반엔 중뇌까지 해방하곤 했는데 요즘엔 건강을 생각해 대뇌에서 그만하려고 노력한다. 같이 대뇌를 해방하고 싶으신 분은 연락 주시라.


Vincent van Gogh, chemistry and absinth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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